자유게시판

(프롤로그)
저는 완주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2002년 울트라에 입문한 저는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완주한 또는 실패한 글들을 많이 읽고, 또 프린트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거의 외우다시피하며 울트라의 꿈을 키웠습니다.
읽어가면서 때론 함께 울기도 하고...완주싯점에서는 내가 마치 골인한 것 같은 환상에 쌓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완주기란게 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제가 뛴 모든 대회에 대하여 모두 글로 나의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것은 나의 자랑이기도 했지만...뒤이어 그 길을 달릴 후발 주자들에게 들려주는 나의 경험담이자 귀중한 참고자료이기도 했습니다.
저희 전국일주가 하루하루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발전하여가고, 각종 귀중한 사진들 역시 길이길이 후배들에게 이어지리라 생각하지만,
다만, 하나 아쉬웠던게 완주기가 없었던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글을 잘쓰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글이야말로 사진 못지않게 귀중한 자료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글은 미사여구보다는 읽는 분들이 함께 달리는 것처럼 현장감을 최대한 반영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으므로, 다소 지루하게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항상 저의 글에 의견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약 3년 제가 먹고 사는데 힘들어 함께 하지 못하였음에...완주기 또한 올린게 없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다른 분들도 완주기를 올리는데 많이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괴산울트라 완주기)

괴산의 옛이름은 괴주였다 전해진다.
괴산의 "괴"자가 "느티나무 괴"자임은 앞서도 말씀드린 바 있듯이 어둠 속을 달리면서도 참 많은 느티나무가 있음을 느낀 이번 괴산 울트라.
그런데 이 "괴"자는 나무 목 자에 귀신 귀 자가 합해졌듯이 나무가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이 들어있는데, 오래된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때로는 마을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한다.

주말 저녁인지라 유난히도 막히는 서울시내 도로를 헤치고 빠져나가는 성기형님의 애마는 출발지점인 괴산터미날에 출발시간 10시를 약 10여분 지나 우리 일행을 풀어놓는다.
죄송스럽게도 우리를 기다려주신 많은 참가자와 괴산마라톤 동호회 일행들께서 한분한분 박수로 환영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허겁지겁 배낭을 챙기며 회장님이 준비해주신 떡 2개와 요구르트 2개를 집어넣고 출발한다.
오줌도 마렵고 생각해보니 가져온 비상식량도 보관물품에 넣어두고 그냥 발걸음만 재촉할 뿐이다...야튼 정신이 없다보니 누가 참가를 했는지 가고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정신이 아른할 뿐이다.

지금부터 참가기를 보면서 다같이 65키로...환상의 괴산울트라를 떠나봅시다.

약 1.5키로지점 대사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보은, 미원방향으로 향한다.
매운 맛이 일품이라는 대사리 만두집이 어디인지는 달리는 이 순간에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고, 맨 꽁무니에 출발하다보니 앞서가는 사람의 불빛만을 보며 달릴 뿐이다.
마을이 작다보니 조금지나니 가옥의 불빛은 점점 없어져가고,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윤범식선생은 오늘도 반바지차림...아직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틀 전부터 갑자기 불어닥친 꽃샘추위로 정말 출발 전부터 뛸까말까 망설일 정도였으니. 범식이의 반바지 차림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였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온몸을 떨게 만든다.
산삼을 삶아 먹었나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추월해간다...같이 가자...범식아...얄미운 범식이.

6.9키로지점...우측으로 씨알 굵은 떡붕어 낚시터로 유명한 문광저수지가 자태를 드러낸다.
지난 보은울트라때 비룡저수지처럼, 비록 어둠 속이긴 하지만, 음력 초이레 구름에 덮여 약간 희뿌연한 상현달과 함께 시커먼 산을 배경으로 한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유난히도 많고 아름다운 별들은 쏟아 부을 듯이 맑고 청정한 괴산 하늘을 빛내고 있다.
문광저수지...낚시터로도 유명하지만, 1975년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심은 100여그루의 은행나무와 저수지 주변의 버드나무가 많은 사진가의 렌즈에 포착됨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한다.
이 글을 쓰면서 다른 사이트를 통해 본 문광저수지의 노오란 은행나무거리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꼭 한번 찾아보고 싶은 모습이다.
보은골에 사시는 진총무님...류여사님 모시고 올가을엔 꼭 문광저수지에 가서 사진도 찍고 매운탕도 먹고 하시길...

강회장님의 산삼밭 얘기를 들으며 우리는 어느새 굴티재 정상에 오른다.
굴티재는 괴산군 문광면과 청천면을 잇는 해발 308미터의 가파른 고개로 최근 터널공사 여부를 놓고 지자체와 정부간 논의가 이어진다는데 나의 사견이지만, 이런 아름다운 곳은 그냥 내버려두면 안될까...차량통행도 별로 없고...경제성도 고려해봤으면...
컴컴한 밤이라 주위의 경치가 눈에 안들어오니 그리 가파른 느낌은 못받았지만, 훤한 낮이라면 무척이나 아름답고...그러면서도 힘들어 할 고개이다.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가니 반가운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법인 또다른 보물 송애리님과 정재웅님이다.
작년 2500대회때 풍기에서 보고 처음 보니 무척이나 반갑다.
진오스님얘기며...중국에 벌여 놓은 사업장이 두차례 태풍으로 물에 잠겨 피해를 본 얘기며...
도란도란,,,어느새 15.8키로 지점 부흥사거리에 이르러 37번도로 속리산 청천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좀 걷자고 하였지만 땀이 식으니 너무 추워 느린 속도로 달린다.
일행중 김경순님의 시댁이 이곳 창천면 거봉리라는데, 정말 깡촌도 이런 깡촌이 없다.
가끔 불빛이 보이긴 하지만...정말 시집갈 때인 30-40년전에는 더 했으리라...호랭이 산책하는 동네로 시집을 가셨나보다...출세했군.
가다가 도로 중간에 차에 치인 고양이 한마리...치워주고 싶지만...마음이 안내킨다.

약 5키로를 더 가 금평삼거리에서 32번 국도 송면 화양계곡방향으로 좌회전.
우리가 달리는 코스는 정말...갈수록 시골마을...아니 산길로 접어들고 있다.
조금 더 가니 금평계곡 팻말과 함께 펜션 안내판이 줄을 잇는다.
괴산의 7개 계곡 중 금평계곡은 우측에 두고 이 곳이 금평계곡임을 알리는 팻말로서 만족할 뿐이다....담에 꼭 다시 오마.

3키로를 더 가 도원삼거리에서 문경 화양계곡으로 우회전한 뒤...100여미터 직진 후 도원교 끝자락에서 다시 좌회전.
여기부터는 정말 우리나라 최고의 명승지인 화양계곡이다.
좌측으로 펜션들이 즐비하고, 양쪽 가로수들과 도로포장까지 너무 깨끗하고 아름답게 치장이 된 느낌이다.
25.9키로지점...화양동입구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50여미터 앞에 우리를 반기는 일행이 큰소리로 반겨준다.
참가비도 없는 대회에...정말 순수한 자원봉사라는 의미 이상 무슨 표현이 적당할까.
안그래도 춥고...배도 고프고 쉬고싶은 딱 그시간 그지점에서 우리를 반긴다.

평소 안좋아하는 컵라면이지만...배가 고프니 미쳐 풀어지기도 전에 맛있는 김치와 함게 후딱 해치워버린다.
속이 확 풀린다.
성기형님, 게바라선생, 백태산 선생 등등...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냥 가기 아쉬워 뜨거운 커피한잔까지 더 마시고 길을 재촉한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화양동계곡.
주로도는 여기부터 6키로 구간 자연학습관 삼거리까지 송시열 사당, 첨성대, 학소대 등을 즐기며 달리라고 표기해 놨다.
개뿔,,,즐기기는 커녕 달리다 캄캄해서 넘어질 뻔했구만...ㅋㅋ
홍걸형님과 창원 27살 젊은 청년이랑 넷이서 어둠속으로 향한다.
바닥은 포장은 되어 있지만 차량 통행용이 아니라서 울퉁불퉁...조심을 요한다.
게곡 물소리는 요란하고 하늘의 별들은 너무도 찬란하다.

원래 청주군 청천면이었던 이 곳은 1975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면모가 점차 변해 오늘날 속리산과 함께 국립공원의 한 자락으로 자리잡는다.
황양목(일명 회양목)이 많아  황양동이라 하였으나, 공직에서 물러난 조선 중기 효종 때 우암 송시열선생이 이 곳에 자리잡아 화양동이라 불리웠다.
스스로 자신을 주자에 비유했던 송시열은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 떠 화양계곡의 아홉군데에 이름을 붙이고 화양구곡이라 하였다.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첨성대, 금사담,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을 화양구경이라 부른다.
하나하나 멋진 해설이 곁들여져 있으니...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아 읽어보시기 바란다.

6키로의 깜깜한 그렇지만 아름다운(?) 계곡을 지나니 훤한 불빛과 함께 자연학습원이 나온다.
배낭에서 물과 곶감 몇개를 꺼내 요기를 하고, 이 곳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송면, 문경방향으로 향한다.
약 2키로 직진 후 33.6키로 지점 송면삼거리에서 49번 도로 가은 쌍곡계곡 방향으로 좌회전. 잠시 후 송정 삼거리에서 가은 쌍곡계곡 방향 517번 지방도로로 우회전...500여마터 직진 후 선유동입구삼거리에서 선유동게곡으로 직진한다.
원래는 우측 차도로 향하지만, 진총무의 배려로 우리는 이 곳부터 약 2키로 선유동계곡을 따라 신선이 되어 놀도록 각본이 되어 있다.
하지만 개뿔...차라리 흙길로 내버려 둘 것이지...시멘트길에다가 둥그런 돌멩이를 뿌려놓아 달리는데 넘어지지 않은게 천만다행.
이번 코스에서 비록 짧지만 최악의 코스...다들 인정하시죠?

다시 삼거리에 도착하여 찻길로 접어들어 달리다보니 저멀리 불빛 하나가 보인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지난 보은 대회 때 처음 등장한 대학 3학년 김철희군...해병대 출신으로 달리기에 푹 빠진 김군은 아직 경험 부족으로 화양계곡 삼거리 조금 지나 일행과 떨어지면서 혼자서 길을 헤매다 우리와 합류한 것.
표현은 안하지만 무척 반가웠으리라,
중간에 경상북도 표지판이 나온다...문경시 가은면이다...이번 괴산 울트라 코스가 전반적으로 괴산군내를 통과하지만 이곳에서 약 3-4키로 문경을 스쳐가도록 되어있다.

약 5키로를 더가니 41.2키로 지점 관평삼거리...이곳에서 좌회전하여 괴산 쌍곡계곡 방향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약 3키로 구간은 아주 가파른 고개로서, 다시 경북 충북 경계구간을 거쳐 제수리재(치)라는 해발 580미터에 이른다.
달빛도 안보이지만 랜턴을 꺼버리고 칠흑같은 길을 아주 빠른 걸음으로 올라간다.
일행을 뒤로하고...혼자서 기억도 희미한 군가를 불러가며 졸음과 두려움과 어두움을 헤치며 올라간다.
잠들어있던 산짐승들은 나의 인기척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갖가지 울어대는 소리를 지르니 정말 이곳은 대한민국의 최고의 오지라는 느낌이 든다...정상 44.4키로 지점.
훤한 낮이었으면 기념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두련만...주위 환경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후 내리막길은 넘어질 위험이 있는데다 다음 주 동아마라톤을 앞두고 발목부상을 우려하여 랜턴을 다시 켜고 아주 느린...그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흔아홉구비 대관령 내려가던 기억을 더듬으며 구비구비 나의 흔적을 남기는 기분으로 달려 내려간다.
왼쪽으로 계곡물소리가 요란하다...표지판이 있어 비추어보니 주차금지...야영, 취사금지...아마 이곳이 분명 쌍곡계곡이렷다.
다음에 다시 한번...이 대회는 낮에 치루는게 맞다...너무 아까운 코스들...그 유명한 쌍곡계곡을 화양계곡 선유동계곡에 이어 그냥 아쉬움만 남겨두고 달려간다...정말 다음에 꼬옥 다시 한번.

뒤따라오던 철희군이 발바닥이 아프다며 뒤쳐진다...진통제라도 두알 줄걸...오나 싶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나도 가는 길이 지루하니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어 가던 길을 재촉한다.
주로도에 있는 속리산 쌍곡분소는 어디 있는지...주위를 아무리 살펴도 보이질 않는다.
펜션들만 잔뜩...가게도 어디 하나 문을 연 곳도 없다.
제수리치 정상에서 쌍곡삼거리까지 9.5키로 구간이 오늘 뛴 구간 중에 제일 지루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53.9키로 지점 쌍곡삼거리 표지판이 나오니 그간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좌회전하여 34번 국도 증평 괴산 방향이다.
조금 더 가니 증평 문경 구간 고속화도로가 뻥 뚫렸고...54.6키로 지점 쌍곡교차로에서 칠성면 방향 괴산가는 구길로 내려온다.
시계를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이제 10키로도 안남았는데...천천히 걸어가기로 한다.
주로도에서는 칠성면 소재지에서 요기라도 하라고 하지만 그 이른 시간에 문을 열었을리 없다.

그냥 목적지가 가까워 오는 것만을 위안 삼아 주로도를 보며 발길을 옮기는데...
이번 코스 중에 딱 한번 길을 잘못 든다.
갈읍삼거리라는 곳인데...칠성면 지나 직진하면 두천리...우회전하면 괴산 증평이다.
진총무한테 전화해도 잘 모르는 듯...우리는 10여분을 헤메다가 주로도를 참고하여 그래도 끝무렵 알바하는게 싫어서...괴산 증평방향 산업화도로 위로 올라간다.
아까 삼거리에서 두천리로 직진하는게 옳은 것인데...그래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날이 밝아지니 점점 차량통행이 많아지고...날이 새니 추위도 한결 덜하다.
구길이 아닌지라 일자로 뻗은 산업화도로는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만...얼마남지 않은 거리라 그냥 힘차게 달려본다.
달리다 저 위에서 내려다보니 괴강삼거리 팻말이 보인다.
너무 반가운 기분에 높이 쳐진 휀스를 넘어 원래 코스길로 들어선다...이 곳이 61.2키로 지점.
괴강이 전엔 올갱이 민물고기가 많이 잡혔다던데...주위 몇개의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시장기를 더욱 부채질한다.
아까 뒤쳐져있던 철희군과 애리씨랑 같이 온 창원 총각이 마지막 스퍼트를 하며 우리를 추월해 간다.
골인지점앞...윤범식아우가 골인지점 촬영을 위해 나와있다.
이렇게 이번 괴산울트라도 끝이 난다.

해바라기식당에 준비한 뒷풀이 장소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막걸리로 속을 달래며 서로의 무용담을 털어 놓는다.

단지 어둠이 아쉬웠던 괴산울트라...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마지막 뒷풀이장소까지 배려해주신 괴산마라톤 회장님 이하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다음 달 안동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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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경순 2014.03.09 19:04
    어둠과 함께 또하나에 추억을 만들고 추위와함께 봉사해준 님들께 많이많이 감사드림니다
  • ?
    馬 甲 2014.03.10 09:05
    주태배기님 추위에 수고 많이 했습니다.
    멋진글 자주 올려 주세요.
    그리고 글삯은 막걸리 3잔이요~~

    그런데 갱순아우 댓글에 "어둠과 함께 또하나의 추억" 이라니,
    컴컴한 밤, 깊은 계곡에서 무슨 추억을 만들었씁니까?
    정말 궁굼해지내~~?
  • ?
    주태배기 2014.03.10 09:22
    마갑형님 정말쎈스가너무빠르세요
    두손들었습니다
    고백합니다 추억만들고왔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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