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차, 아카시아
鬱鬪羅 雜說2
토요일 사전투표를 하고 신촌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웁다.
오랜만에 많은 울트라러너들을 볼 수 있으리라.
겨우 시간에 맟춰 도착. 식장입구 마갑형님과 만나 함께 가벼히 몇 잔을 홀짝인 후 혼주 서경석 선배를 뵙고.. 우리쪽 식구들은 없다.
입구쪽에 진을 친 컴푸멤버들에게 잡혀 한 잔 더 위기에 봉착,소맥 한잔으로 기본답례를 마치고 겨우 빠져나온다.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산에 오를 수 있으리라.
오랜만의 오수에 벨이 울린다. ‘데마’맞았다며 육체노동함께 했던 후배가 막걸리 생각난다며 운운하는 전화. 장단맟춰주고 되돌아와 이른 잠을 청하나 잠이 오질않아 새벽4시에 겨우 잠이 들어 일어나니 9시.
젠장. 두통과 숙면부족으로 혼미스럽다. 물 두컵을 연신 벌컥이고.
(...) 한 대의 담배를 물고 오늘을 가늠한다. 가자, 10시경 피톤치드가 최고조로 넘실 거린다는, 숲속공기 농밀히 흐르는 산으로..
방울토마토 몇알, 건포도 한 줌, 보리차 한 병. 먹다남은 오이 반 토막. 반바지 반팔면티로. 등산화대신 언제나 러닝화.
산 입구 지저분한 곳은 어느덧 텃밭으로 변해 가지, 고추, 흰 감자꽃이 솟아오르고 있다.
카니발 차를 세워놓고 가족들이 계곡물을 끌어들여 호스로 텃밭에 물을 주고 있다.
세월호 대참사 극락왕생 현수막 크게 걸려있는 절을 지나 짙은 잣나무숲을 지나 산에 접어든다. 잣나무 칭칭 옭아매기 시작한 칡덩쿨들 끊어가며.
지난 달, 하산길에 연분홍 복사꽃이 하도 예뻐 몇송이 따 킁킁거리다 꽃잎 깊숙이 탐닉하고 있던 벌에게 제대로 벌침맞아 입술과 인중언저리가 마비되어 사나흘을 네안다르탈인 혹은 쿤타킨테 입술이 되어 동료들을 키득거리게 했던 아픈 기억.
그 복사꽃은 떨어지고 개불알만한 복숭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난 주 보았던 애기붓꽃 보라색 꽃은 지고 산바람에 잡풀이듯 조신하게 흔들리고 있다.
조림한 잣나무숲을 지나니 숲은 짙고 간단한 운동시설이 있는 곳.
노인 한 분이 지팡이와 배낭을 벤취에 걸치고 국민체조에 열중이시다.
건강하십니다. 어이~...! 올 백프로 백발 노익장께서 화답해주신다.
광합성에 짙푸러진 나뭇잎사이로 살짝 살짝 보이는 구릉들과 산줄기들은 죄다 녹색천지이다. 눈이 맑아지는 듯 해 안경을 벗어 눈을 샤워시킨다.
푸르렀던 녹엽도 낙엽을 향해 가는 법이련만.
지난 시절 아쉬움에 대한 기억의 재구성을 시도하다 그만 포기. 인생은 매사 선택의 연속. 가지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떨구고.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주저리주저리 독백인 듯 넋두리인 듯.
이런 증세 완화를 위해서라도 산에 올라 맑은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숲속은 초등생 전용 겜 피시방이다.
겜기 버튼 배경음이듯 뾰뵤뵹,삐리릭 찌리릭 뾰룡뾰룡~뾰료룡. 삐용~삐용...온갖 날짐승의 노래자랑으로 혼란스럽기조차하다.
(...) 게중 울림깊은 통넓은 고목을 찍어대는지 소리가 늘상의 딱따구리 쪼아대는 소리와는 또 다르다.
조금 큰 까막딱따구리일지도. 뚜루루룩,뚜루루루룩.. 예의 방정맞은 따라락~따라라락 따발총소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암튼, 내가 산에 깃들었을 확인시켜주는 반가운 음향들이다.
매번 듣는 소리지만 어찌 표현하질 못하는.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자 그간 파악못한 샛길 또한 또렷해진다. 샛길의 역설이다.
새로운 길도 가보자. 짙은 숲속 샛길 루트는 공기냄새가 벌써 틀리다. 그래 좋은 곳이야.. 그것도 잠시, 향좋은 공기 킁킁거림도 잠시. 가슴골 줄줄 흐르는 땀줄기에 벌써 숨이 버겁다.
아침에 핀 담배 한 대를 이내 후회한다. 아이,증말 짜증난다. 몇 년전만 해도 지리 화대종주 산악마라톤대회 할라치면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한 달음에 내 차 올랐던 때를 생각해내며.
턱에 받친 숨을 진정시키니 매번 가는 검단산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다.
풋~,쓴웃음. 덥다해도 겨우 이걸 좀 돌아올랐다고 이토록 힘들어하다니. 완전히 “몸이 완전 갔음”을 직감한다.
어느 방향으로 갈까 머릿속으로 손바닥의 침을 튕겨본다.
불당리 화살표. 오솔길이 보여 접어들며 에돌아가는 샛길있으려니.. 8자형으로 길게 돌아보자. 호젓하고 조용함이 제격이다.
(...?) 잠시후 급작스레 경사진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젠장, 불당리로 내려가는 엠티비족들 전용 하산코스인 듯.
잠시후,“등산객, 등산객” 선두가 매기는 소리를 좇아 8~9대의 자전거가 나를 피해 신나게 내달린다.
아, 잘못들었네 젠장. 군두레봉이나 태재쪽 코스를 타는건데.. 아님 산성일주코스 한바퀴 제대로 뛰던지..
어찌하리요. 새로운 길이니 가보자. 빌어먹을. 걔네들은 어떻게 이 내리막길을 내려갔을까.
내려가는 곳곳에 잃어버린 동반견을 애타게 찿으려는 주인의 호소문이 걸려있다.
녀석,잘도 생겼다. 진갈색 번지르르한 웰시코기 2년생. 사례금 70만원. 공장 공사중 가출했다는, 목걸이 명찰부착 운운.. 녀석의 무사귀환을 빈다.
숲은 고요하다. 뭔가를 점검하게 해준다. 아차차, 뭔가를 잃어버린듯한 허전한 데쟈뷰. 산에 들면 시청각이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아, 그렇구나! 이 무렵 그토록 향좋은 찔레꽃도 아카시아도 다 져버렸음을 뒤늦게야 알아차린다. 로얄제리못쟎은 상큼비릿 달짝지근한 풋꽃의 맛도 좋지만 향이 더욱 좋은 아카시꽃!
봄날 참꽃은 몇 장 훏어먹었으나 ,그렇고보니 올 봄엔 봄꿩 소리도 못들었다. 이미 뻐꾸기소리도 놓친 듯하다.
쓰르라기떼들이 가랑잎더미에서 튀어나와 토탁거리며 발길을 훼방한다.
얼굴에 흐르는 땀냄새를 맡았는지 맴도는 파리날개 소리만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며 귓바퀴에 맴돈다.
(...) 허걱,놀래라!
울긋불긋 화사 한 마리가 풀잎더미를 넘어오른다. 징그러운 비얌.
화려한 젊은 날의 과거는 가고 저렇듯 또 다른 징그러히 삶의 구릉을 넘어가고 있는 지도 모를..
똬리틀고 욕망날름거리던 시절은 갔으되 다시금 허물벗고 뱀알낳으러 갈지도 모를 상황.
진보라 붓꽃이 자태를 한껏 뽐내며 보란 듯 연못가에 피어있다.
올챙이 천국,텃밭밑 조그만 연못가에는 청색 실잠자리와 흰 나비가 미나리밭 고마리잎에 앉아 즐거운 연착륙을 거듭하고 있다.
담백찌릿한 찔레순 못 따먹은 아쉬움을 버찌와 오디 몇 알로 대신하며 포장도로를 내려오니 살구나무집이다.
계곡물이 흐르는 유원지 식당 집마당 나무밑 그늘엔 복날을 담보하며 붉으죽죽 토종닭 장탉과 암놈들이 모여 세월좋게 지렁이를 찿는 듯 흙을 파 제끼고 있다.
무논에는 갓 모낸 연녹색 모종들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듯.
올챙이들이 주위를 헤엄치니 간지러워 죽겠다는 듯 바람결을 즐기고 있다.
한참을 내려와 불당교 다리밑 송사리 피라미떼들과 노닐다 가고 싶어 물가로 내려간다. 내심 하초를 각성시키려 알탕과 포쇄를 작정했으나..
단란한 젊은 일가족이 소풍을 나와 쉬고 있다. 다리밑 그늘에 꼬마 오누이와 젊은 부부가 맛있는 점심을 위해 아빠표 라면을 끓이고 있다.
꼬마들은 송사리들과 노니느라 연신 깔깔거리며 뜻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노닐고 있다. 귀엽다.
저 가족들에겐 이 자연 개울물이 최고의 워터파크일 것이리라..!
조금 더 올라가 물가 바위에 배낭을 풀고 시원히 탁족을 한다. 그제서야 싸간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꺼내어 깨물어본다.
담배 한 대를 물려다 참는다. 그저께가 금연의 날이었건만.
청보리 베어지고 주렁주렁 하지감자 캐내는 6월이다. 밤꽃내음이 살짝 조짐을 보이려하고 곧 예쁜 감꽃도 필 것이다.
포천대회로의 소풍이 기다려진다. 산딸기도 여물어질 것이다. 투표를 하고 월드컵이 열릴 것이고 장마가 올 것이고..
삶은 비록 저마다의 놓쳐버린 몇 가지들을 흔쾌히 보내버리며 망각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으로 위장하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나름대로 어줍쟎은 기억의 재구성을 시도하다 다시금 실패하며 적당히 포기해 가며..
적당한 자기위안과 합리화로 위장해가며. 잠깐의 여유로움으로 은폐혹은 엄폐해가며.
시간은 그렇게 흘러 5월을 보냈다. 지천이 푸르기만 한 6월 첫날이었다. 올해도 반을 접으려 한다.
열심히 살아갈 일이다.
여름이다.
밤새 개구리울음소리 들으며 뛰고싶다.
백태산
鬱鬪羅 雜說2
토요일 사전투표를 하고 신촌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웁다.
오랜만에 많은 울트라러너들을 볼 수 있으리라.
겨우 시간에 맟춰 도착. 식장입구 마갑형님과 만나 함께 가벼히 몇 잔을 홀짝인 후 혼주 서경석 선배를 뵙고.. 우리쪽 식구들은 없다.
입구쪽에 진을 친 컴푸멤버들에게 잡혀 한 잔 더 위기에 봉착,소맥 한잔으로 기본답례를 마치고 겨우 빠져나온다.
내일은 맑은 정신으로 산에 오를 수 있으리라.
오랜만의 오수에 벨이 울린다. ‘데마’맞았다며 육체노동함께 했던 후배가 막걸리 생각난다며 운운하는 전화. 장단맟춰주고 되돌아와 이른 잠을 청하나 잠이 오질않아 새벽4시에 겨우 잠이 들어 일어나니 9시.
젠장. 두통과 숙면부족으로 혼미스럽다. 물 두컵을 연신 벌컥이고.
(...) 한 대의 담배를 물고 오늘을 가늠한다. 가자, 10시경 피톤치드가 최고조로 넘실 거린다는, 숲속공기 농밀히 흐르는 산으로..
방울토마토 몇알, 건포도 한 줌, 보리차 한 병. 먹다남은 오이 반 토막. 반바지 반팔면티로. 등산화대신 언제나 러닝화.
산 입구 지저분한 곳은 어느덧 텃밭으로 변해 가지, 고추, 흰 감자꽃이 솟아오르고 있다.
카니발 차를 세워놓고 가족들이 계곡물을 끌어들여 호스로 텃밭에 물을 주고 있다.
세월호 대참사 극락왕생 현수막 크게 걸려있는 절을 지나 짙은 잣나무숲을 지나 산에 접어든다. 잣나무 칭칭 옭아매기 시작한 칡덩쿨들 끊어가며.
지난 달, 하산길에 연분홍 복사꽃이 하도 예뻐 몇송이 따 킁킁거리다 꽃잎 깊숙이 탐닉하고 있던 벌에게 제대로 벌침맞아 입술과 인중언저리가 마비되어 사나흘을 네안다르탈인 혹은 쿤타킨테 입술이 되어 동료들을 키득거리게 했던 아픈 기억.
그 복사꽃은 떨어지고 개불알만한 복숭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난 주 보았던 애기붓꽃 보라색 꽃은 지고 산바람에 잡풀이듯 조신하게 흔들리고 있다.
조림한 잣나무숲을 지나니 숲은 짙고 간단한 운동시설이 있는 곳.
노인 한 분이 지팡이와 배낭을 벤취에 걸치고 국민체조에 열중이시다.
건강하십니다. 어이~...! 올 백프로 백발 노익장께서 화답해주신다.
광합성에 짙푸러진 나뭇잎사이로 살짝 살짝 보이는 구릉들과 산줄기들은 죄다 녹색천지이다. 눈이 맑아지는 듯 해 안경을 벗어 눈을 샤워시킨다.
푸르렀던 녹엽도 낙엽을 향해 가는 법이련만.
지난 시절 아쉬움에 대한 기억의 재구성을 시도하다 그만 포기. 인생은 매사 선택의 연속. 가지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떨구고.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주저리주저리 독백인 듯 넋두리인 듯.
이런 증세 완화를 위해서라도 산에 올라 맑은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숲속은 초등생 전용 겜 피시방이다.
겜기 버튼 배경음이듯 뾰뵤뵹,삐리릭 찌리릭 뾰룡뾰룡~뾰료룡. 삐용~삐용...온갖 날짐승의 노래자랑으로 혼란스럽기조차하다.
(...) 게중 울림깊은 통넓은 고목을 찍어대는지 소리가 늘상의 딱따구리 쪼아대는 소리와는 또 다르다.
조금 큰 까막딱따구리일지도. 뚜루루룩,뚜루루루룩.. 예의 방정맞은 따라락~따라라락 따발총소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암튼, 내가 산에 깃들었을 확인시켜주는 반가운 음향들이다.
매번 듣는 소리지만 어찌 표현하질 못하는.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자 그간 파악못한 샛길 또한 또렷해진다. 샛길의 역설이다.
새로운 길도 가보자. 짙은 숲속 샛길 루트는 공기냄새가 벌써 틀리다. 그래 좋은 곳이야.. 그것도 잠시, 향좋은 공기 킁킁거림도 잠시. 가슴골 줄줄 흐르는 땀줄기에 벌써 숨이 버겁다.
아침에 핀 담배 한 대를 이내 후회한다. 아이,증말 짜증난다. 몇 년전만 해도 지리 화대종주 산악마라톤대회 할라치면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한 달음에 내 차 올랐던 때를 생각해내며.
턱에 받친 숨을 진정시키니 매번 가는 검단산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다.
풋~,쓴웃음. 덥다해도 겨우 이걸 좀 돌아올랐다고 이토록 힘들어하다니. 완전히 “몸이 완전 갔음”을 직감한다.
어느 방향으로 갈까 머릿속으로 손바닥의 침을 튕겨본다.
불당리 화살표. 오솔길이 보여 접어들며 에돌아가는 샛길있으려니.. 8자형으로 길게 돌아보자. 호젓하고 조용함이 제격이다.
(...?) 잠시후 급작스레 경사진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젠장, 불당리로 내려가는 엠티비족들 전용 하산코스인 듯.
잠시후,“등산객, 등산객” 선두가 매기는 소리를 좇아 8~9대의 자전거가 나를 피해 신나게 내달린다.
아, 잘못들었네 젠장. 군두레봉이나 태재쪽 코스를 타는건데.. 아님 산성일주코스 한바퀴 제대로 뛰던지..
어찌하리요. 새로운 길이니 가보자. 빌어먹을. 걔네들은 어떻게 이 내리막길을 내려갔을까.
내려가는 곳곳에 잃어버린 동반견을 애타게 찿으려는 주인의 호소문이 걸려있다.
녀석,잘도 생겼다. 진갈색 번지르르한 웰시코기 2년생. 사례금 70만원. 공장 공사중 가출했다는, 목걸이 명찰부착 운운.. 녀석의 무사귀환을 빈다.
숲은 고요하다. 뭔가를 점검하게 해준다. 아차차, 뭔가를 잃어버린듯한 허전한 데쟈뷰. 산에 들면 시청각이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아, 그렇구나! 이 무렵 그토록 향좋은 찔레꽃도 아카시아도 다 져버렸음을 뒤늦게야 알아차린다. 로얄제리못쟎은 상큼비릿 달짝지근한 풋꽃의 맛도 좋지만 향이 더욱 좋은 아카시꽃!
봄날 참꽃은 몇 장 훏어먹었으나 ,그렇고보니 올 봄엔 봄꿩 소리도 못들었다. 이미 뻐꾸기소리도 놓친 듯하다.
쓰르라기떼들이 가랑잎더미에서 튀어나와 토탁거리며 발길을 훼방한다.
얼굴에 흐르는 땀냄새를 맡았는지 맴도는 파리날개 소리만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며 귓바퀴에 맴돈다.
(...) 허걱,놀래라!
울긋불긋 화사 한 마리가 풀잎더미를 넘어오른다. 징그러운 비얌.
화려한 젊은 날의 과거는 가고 저렇듯 또 다른 징그러히 삶의 구릉을 넘어가고 있는 지도 모를..
똬리틀고 욕망날름거리던 시절은 갔으되 다시금 허물벗고 뱀알낳으러 갈지도 모를 상황.
진보라 붓꽃이 자태를 한껏 뽐내며 보란 듯 연못가에 피어있다.
올챙이 천국,텃밭밑 조그만 연못가에는 청색 실잠자리와 흰 나비가 미나리밭 고마리잎에 앉아 즐거운 연착륙을 거듭하고 있다.
담백찌릿한 찔레순 못 따먹은 아쉬움을 버찌와 오디 몇 알로 대신하며 포장도로를 내려오니 살구나무집이다.
계곡물이 흐르는 유원지 식당 집마당 나무밑 그늘엔 복날을 담보하며 붉으죽죽 토종닭 장탉과 암놈들이 모여 세월좋게 지렁이를 찿는 듯 흙을 파 제끼고 있다.
무논에는 갓 모낸 연녹색 모종들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듯.
올챙이들이 주위를 헤엄치니 간지러워 죽겠다는 듯 바람결을 즐기고 있다.
한참을 내려와 불당교 다리밑 송사리 피라미떼들과 노닐다 가고 싶어 물가로 내려간다. 내심 하초를 각성시키려 알탕과 포쇄를 작정했으나..
단란한 젊은 일가족이 소풍을 나와 쉬고 있다. 다리밑 그늘에 꼬마 오누이와 젊은 부부가 맛있는 점심을 위해 아빠표 라면을 끓이고 있다.
꼬마들은 송사리들과 노니느라 연신 깔깔거리며 뜻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노닐고 있다. 귀엽다.
저 가족들에겐 이 자연 개울물이 최고의 워터파크일 것이리라..!
조금 더 올라가 물가 바위에 배낭을 풀고 시원히 탁족을 한다. 그제서야 싸간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꺼내어 깨물어본다.
담배 한 대를 물려다 참는다. 그저께가 금연의 날이었건만.
청보리 베어지고 주렁주렁 하지감자 캐내는 6월이다. 밤꽃내음이 살짝 조짐을 보이려하고 곧 예쁜 감꽃도 필 것이다.
포천대회로의 소풍이 기다려진다. 산딸기도 여물어질 것이다. 투표를 하고 월드컵이 열릴 것이고 장마가 올 것이고..
삶은 비록 저마다의 놓쳐버린 몇 가지들을 흔쾌히 보내버리며 망각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으로 위장하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나름대로 어줍쟎은 기억의 재구성을 시도하다 다시금 실패하며 적당히 포기해 가며..
적당한 자기위안과 합리화로 위장해가며. 잠깐의 여유로움으로 은폐혹은 엄폐해가며.
시간은 그렇게 흘러 5월을 보냈다. 지천이 푸르기만 한 6월 첫날이었다. 올해도 반을 접으려 한다.
열심히 살아갈 일이다.
여름이다.
밤새 개구리울음소리 들으며 뛰고싶다.
백태산
아 나두 빨리 일 끝내고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