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봉에서 장터목산장 가는길은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평탄한 길로 연화봉과 일출봉을 지나면 장터목산장에 도착하는 3km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장터목산장 가기전에 기암괴석에 바람이 만든 눈꽃과 구상나무와 주목이 죽어서 만든 고사목이 절경을 이루는 이곳이 지리산 8경! 연화선경 연화봉입니다.
연하봉 이정표에서 인증샷 한방을 날리고 평탄한 능선길를 거닐다 보면 넓고 평탄한 봉우리가 있고, 이곳이 장터목산장에서 천왕일출을 보러 새벽 일찍 일어나 1.7㎞를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산객이 주로 찾는 일출봉 입니다.
천왕일출이 모든 산하를 하늘아래 도열시킨 장쾌한 모습이라면 이곳 일출봉의 해돋이는 왼쪽에 천왕봉의 암영을 밑그림 삼아 볼 수 있어 또다른 모습의 환상적인 운치로 다가옵니다.
일출봉에서 잠깐만 내려서면 장터목산장입니다.
아주 오래전 남쪽의 산청군 시천면 사람들과 북쪽의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했던 장터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진짜 장터로 변해버린 느낌입니다.
장터목산장에서 남쪽으로 하산하면 중산리 코스이며, 북쪽으로 하산하면 백무동 동서울행 시외버스 터미널이 나옵니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늘 북세통을 이루던 장터목산장도 한결 여유롭게 공간이 남습니다.
오후 다섯시부터 자리 배정을 한다는 깐깐한 공단 직원의 말에 빨리 자리를 배정받아 안락하게 쉬고 싶었던 우리 일행은 잠시 불만의 투정을 부려봅니다. 한쪽 귀퉁이에 앉아서 에~이~쉽새들 이라고...ㅋㅋ 나만 그랬나???
오후 다섯시 자리를 배정받고 잠자리 준비를 끝낸 우리는 작년 그자리로 찾아들어 돼지수육과 배추된장국으로 만찬을 준비하고 또다른 먹방의 세계로 들어가 거하게 남아있던 알콜들을 싹쓸이 들이붓습니다.
특히 짱구는 아예 필름이 끓겨 남달 기억을 못하더군요.ㅎㅎㅎ 저도 새벽에 속이쓰려 잠을 반납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1월19일의 또다른 날이 찾아왔습니다.
밤새 퍼붓던 눈보라는 새벽에도 계속되고...오늘 천왕일출은 우리의 덕이 부족하여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스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쇠고기콩나물해장국으로 알콜로 더부룩해진 속을 풀어주고, 6시45분에 천왕일출을 향해 눈보라를 헤치며 올라섭니다.
거친 바람에 몸의 균형을 잃기를 여러번...채감온도가 -20도이상 되는 느낌입니다.ㅠㅠㅠ
장터목산장에서 제석봉까지는 경사가 심한 오름길를 힘겹게 올라야합니다.
원래 제석봉 일대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밀림처럼 하늘을 가렸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유당 시절에 대규모 도벌로 황폐화되자 그 증거들을 없애려고 이곳에 불을질러 지금의 고사목만 남아있다 합니다.ㅠㅠㅠ
제석봉에서 조금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면 통천문입니다.
통천문은 말그대로 하늘로 오르는 길목이며, 깎아지른 암벽 사이로 철사다리 통로가 있어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통과가 가능합니다.
정상 조금 못미쳐서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천왕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봅니다.
일출이 좋은날 담으면 암영이 밑그림으로 남아 태양의 붉은 기운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바람에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란 표지석이 있는 정상에 다다릅니다.
해발 1,915m의 천왕봉은 행정구역상으로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산208번지와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산100번지로 표기됩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내려서면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어 5,6,9,10월(예약 필수) 매주 월요일에만 산행이 가능한 칠선계곡 방향이며,동쪽으로는 대원사 방향으로 약16km의 하산길로 화엄사에서 대원사(화대종주)까지의 장거리종주산행을 즐기는 산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루트이며, 남쪽은 중산리 방향이며 약 7km를 내려서면 됩니다.
또한 장터목산장으로 되돌아가 백무동으로 하산 하기도 합니다.
계획대로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대원사 방향의 북사면은 초겨울부터 쌓였던 눈이 녹지않고 그대로 쌓여 등산로를 조금만 비켜나도 허벅지까지 쑤~욱 빠집니다.
스틱으로 짚어보면 스틱 끝까지 다 들어가고도 쌓인 눈이 남습니다.
눈에 뒹굴어도보고...넘어져도 전혀 아품이 없다는거...ㅎㅎㅎ 왕초는 공중부양으로 눈속으로 낙하 시범도 보이고....신나고 즐겁게...애어른이 되어봅니다.
하하호호!!! 모두들 즐거운 표정에 함박웃음이 넘쳐납니다.
중봉 써리봉을 거쳐 치밭목산장까지 약4km를 바람에 눈이쌓여 없어진 등로를 찾아 알바도 잠깐하고,그렇게 행복하고 즐겁고 신나게 놀며놀며 내려오다 보니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고,치밭목산장에서 출출해진 뱃속을 라면으로 메웁니다. 아! 천왕봉에서 넘 추워 못마신 정상주를 곁들여서...ㅋㅋㅋ
3년전 나홀로 화대종주 때는 천왕봉에서 대원사주차장까지 2시간30분에 주파하여 10시20분 버스를 타고 귀가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묻곤 합니다.
남은 거리는 지루하고 볼 것도 놀 것도 없어 하염없이 마냥 걷기만하면 됩니다.
무채지기폭포를 지나 졸졸 거리는 계곡물 소리에 리듬을 맞추어 걷다가 낮은 구릉들을 넘으면 유평리에 도착하고 대원사까지 2km, 대원사에서 1.5km를 달려가면 대원사 주차장입니다.
버스 출발 시간이 남아 막걸리와 두부김치로 하산주를 대신하고,원지행 버스 Go~~원지에서 뒷풀이를 한 후 오후 4시50분 남서울행 버스에 올라탑니다. "지리산 종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