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 주말에 뭘~하지 한다.
대간길 속리산 구간을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오나?
아님 내장산 단풍 구경이나 다녀올까?
속리산은 이미 옷을 다 벗었다는 소식에 패~스~, 내장산은 사람에 치일것 같은 예감에 접고...
그럼 지리산(성삼재~중산리 35.4km)으로 뜀박질이나 하러가자 하고 코레일에 구례구행 막차 (22시45분 용산발) 예약을 서두르나 이미 매진...ㅠㅠㅠ
잠시 망설이다 충묵아우에게 전화로 지리산행을 통보한다.
입석으로 열차카페에 퍼질러 앉아 쐬주나 마시자며...
그리고 대충 10시간 뒈지게 뛰다보면 원지에서 고속버스에 몸을 실을거라 예상하고....
퇴근하자마자 주섬주섬 행장을 챙기고... 행동식 몇개 주워담고 출발~~~
미리 준비해간 초밥에 쐬주 두병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켄맥주로 입가심하고 나니 조치원이다.
한결 여유로워진 열차카페의 공간에 두다리 쫙 펴고 드러누워 한시간 남짓의 단잠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요렇게 울트라배낭 하나 짊어지고 구례구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구례구역전 전주식당에서 제첩국 한그릇으로 배속을 따뜻하게 채우고 택시를 합승하여 성삼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 정각이다.
이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추월과 추월을 거듭하며 노고단 갈림길에 도착한 시간이 4시29분...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져 차에 방한복을 빠트린 내 발걸음을 더욱 바쁘게한다.
잠시라도 걸을라치면 추위가 엄습한다.
그래도 맑은 가을 하늘엔 주먹만한 별들이 머리위를 수놓고, 보름이 얼마남지 않은 달빛은 어스름한 실루엣으로 지리산의 윤곽을 보여준다.
임걸령 샘물을 맛볼 계획이었으나 뜀박질로 한순간 지나쳐 버리고 아뿔사! 어느덧 삼도봉이라.
그리고 한걸음 더 달리다보니 토끼봉을 지나고, 영선봉에서 아침 햇살을 맞는다.
지리산은 이미 옷을 벗은지 한참이 지났다.
3시간여(오전7시02분)를 달려 배가 출출할 즈음에 도착한 곳이 연하천산장(12.9km)이다.
부족한 식수도 보충하고 준비해간 떡으로 요기를 대신한다.
그리고 이내 벽소령을 향한다. 맴속으로 6시간후면 중산리 도착? 해본다.
형제봉에서 낙남정맥길을 조망하고 백소령엔 1시간 조금 못미쳐 지나친다.
1,522봉을 지날 즈음 아우의 발걸음이 슬슬 무뎌지기 시작한다.
왜그래?
아깝다고 오래된 등산화를 신고온 것이 화근이 되어 왼쪽 복숭아뼈 근처가 빨갛게 단풍이 들었다.
고통을 참고 동행하는 아우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선비샘에 이르러 식수도 보충하고 빵이며 남은 떡을 쓸어 뱃속에 담는다.
영신봉 가기전 조망터에서 천왕봉을 뒤로하고 기념사진 한장 박아보고...
영신봉가는 긴 계단길을 오르던중 아우가 도저히 통증이 심해 갈 수 없단다. 어쩌라고~~~ㅠㅠㅠ
할 수 없이 신발 깔창으로 응급조치를 취해보지만 별반 다를것이 없다.
겨우 영신봉을 넘어 세석에 다다를 즈음 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산하자.
오전10시58분에 우린 세석산장 뒤쪽 양지바른 바위 위에 걸터앉아 김밥 한줄로 점심을 해결하고 백무동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이젠 널널해진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까?
신발을 구겨신고 아주 천천히 하산을 시작한다.
한신폭포를 지나고, 5층폭포를 지나고 부터는 슬슬 술도 고프고,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그리고 눈요깃거리 가네소 폭포에서 잠시 쉬어준다.
가네소를 지나면 백무동이 멀지않다.
그리고 얼마지나지(오후1시57분) 않아 우린 백무동에서 고픈술로 허기를 채우고 동서울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도상거리 31km를 신나게 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왜이리 먼지... 에~휴 지겨워라~~~ㅋㅋㅋ
담에 갈땐 나두 꼭 낑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