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似春酒

by 王昭君 posted Mar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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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춘주    왕소군


퇴근무렵의 금요일 저녁은 머리가 상쾌해지고 흥이나야 하나 정녕 그러하질 못하다.
친한 이가 논문을 좀 교정해달라기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회사에 나와 노트북에 앉았다.

봄비 그친 후의 토요일 날씨는 기막히건만.. 오늘같은 날에 심연깊은 곳에서 탈출하여 어디론가 멀리멀리 내달리고 싶건만.  

금요일 퇴근무렵.
드르륵,띵동 ... 문자가 온 모양.
“선배, 지금 어디심? 지금 회사들어감. 한강다리 건너고 잇슴.. 좀 막힙니다.  봄비 오시니 일잔을 모색하심이?? ..동지 규합요망^^ “
같은 퇴근길 방향의 후배차장."나, 아직 회사.."   ”그려..“ 금요일인지라 주당규합에 실패. 단 둘이 늦게 오징어무침에 맥쏘를 격하게 주조하여 단 둘이 수작한다.
이내 세상과 나라를 걱정하다 오징어밑 들깻잎이 접시바닥에 다 드러날 무렵 국회의원과 아이들 커가는 얘기,신변잡기가 안주로 등장한다.

얼굴들이 불콰해지고 혀가 약간 흐느적거릴 무렵 샐러리맨의 애환과 앞날에 대한 걱정이 시작된다. 약간의 흥분과 체념, 비분강개와 억지까지 버무려진..  아쉬움에 한 잔 더를 외치며 어깨동무 하며 봄비를 맞는다.  옆 단지 호프집으로 갈지자 횡행하며 걸음을 옮긴다. 반건 오징어 한마리에 누드땅콩알 몇알을 질겅질겅 씹는다." 여기 병맥주,수주 한 병 더 주세요, 담배도 있으믄 몇 가치좀 빌립시다. ."
후배는 갑자기 볼펜을 꺼내더니 답배갑 속 은박지에 일필휘지한다. 한문학 전공인 그 답게 취중임에도 휘두른 오언구절이 그럴싸하다.    
  
중국역사상  4대 미녀, 한나라 원제의 궁녀였던 王昭君이 오랑케에게 끌려간 자기신세를 한탄하며 서러히 읊은 절창이다.
참으로 오랫만에 접하는 싯귀.
" 너무 힘들어 하지 마세요. 사는게 정녕 그렇한 것 아니겠어요..? 인내하시면 좋은 일 있을겝니다. 저도 여러모로 심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께 땅엔 꽃과 풀이 없고

春來不似春 (춘래부사춘)   끌러온 이 몸 에겐 봄이 와도 봄 같이 않내.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가꿀 일 없으니 자연히  옷 허리띠가 느슨해지고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이는 잘록한 몸매 보이기 위함 더욱 아니라네.



토,일요일 양 이틀간의 연속된 논문교정이 끝나간다. 숙취의 잔재로 침침한 눈의 피로로 하루면 끝날일이 이틀이나 걸렸다.
어, 오늘도 나오셨어.?!
오늘 동마 행사지원나갔던 선배가 회사엘 잠간들렸다. 어제도 행사준비로 나오시더니.  어때요? 기록 좀 나왔어요..? 날씨가 기막힌데.. 한국대회신기록나왔어요. 근데 왕 부장은 뭐해요..??  양 이틀간.. 이 좋은 날씨에..
스트레스 풀러 한바탕 운동하러나 가시지..  (....)  "근데, 왜 왕부장은 동마를 안뛰는거요..? 회사 체육대회 그 다음해 97년,98년  몇차례 뛰고는 동마뛰었다는 소식을 못들었어요..??!"  
"참, 왕부장은 풀은 재미없죠..??"  (...)
"힘내시고요..좋릉 소식있을거요.."    " 네, 선배 고마워요.."

봄비오는 그날..
잃어버린 우산을 찿고싶건만..
그래, 봄비 그치면 우산이 필요없을 지도 모른다.
정녕 제대로의 봄이 올라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