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무릎에 힘주며 조심조심 천천히 달린다. 갑자기 앞에서 오던 빨간 승용차가 내 앞에서 멈추고 웬 할머니 한 분이 나를 손짓한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니 한드폰을 꺼내어 뭔가를 보여주며 영어를 못 하는 나에게 답답하겠지만 열심히 설명한다. 핸드폰을 자세히 보니 무슨 짐승 사진 같다. “베리댄저러스빅캣 어쩌구...저쩌구....” 하는게 미루어 짐작하건대 앞에 위험한 동물이 있으니 가지 말고 자기 차를 타고 되돌아 가자는 것 같다. ㅎㅎ 짐승 정도에 길을 멈출 내가 아니지요… 나도 열심히 할머니에게 “노 땡큐... 아임런고잉투뉴욕…” 하며 앞을 가르치며 달리는 시늉을 하며 인사를 꾸뻑하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굿바이 굿럭하면서 가버린다.
다시 30~40m 정도 차를 마주 보며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뒤쪽에서 내려오던 차 한 대가 갑자기 차선을 확 바꿔서 바로 내 앞에 끼익하고 급정거한다.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깜짝놀라는데 다시 빠빵~~하고 경적을 아주 크게 울린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차 바로 앞, 나와는 3~4m 앞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용수철 튕겨 나가듯 산으로 솟구쳐 날아올라 없어진다. 그림의 윤곽을 순간적으로 보았는데 분명 개는 아니다. 스포츠용품메이커인 푸마의 로고를 세워놓은 형상이었다. 짐승을 쫓아준 차는 앞에서 차가 오자 본래의 차선으로 비키고선 잠시 멈추는데 다시 뒤에서 차가 오자 나에게 손을 흔들고는 가버린다. 잠시 눈 깜작할 사이 약 2~~3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순간 등에서 땀이 흐른다. 상황을 정리해 보니….“아~~ 내가 퓨마의 공격을 당할 뻔했고…. 고마운 할머니와 어느 착한 운전자가 퓨마를 쫓아주었구나~~”
매니저에게 연락하여 그만 달릴 것이니 나를 픽업하러 오라고 전화를 켰으나 아차!! 깊은 계곡이라 통화 불능지역이다. 시간은 6시가 됐다. 되돌아가려도 언덕위로 1시간을 가야 한다. 어차피 한 시간 후면 매니저가 픽업하러 올 것이니 그냥 앞으로 가기로 하였다.
혹시 이놈이 다시 나를 찾아와 공격할 수도 있으니 몽둥이라도 하나 가지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른 나무가 하나 있다. 너무 크고 무겁지만 가지고 달리기로 하였다. 눈이 많이 쌓여 미끄럽기도 하여 지팡이로 쓰기도 하며 뛰어간다. 앞이나 뒤에서 차가 오면 일부러 비키지 않아서 차가 나를 피해 천천히 가게하고는 차의 라이트를 받으며 최대한 많이 뛰었다. 차가 없을 때는 최대한 발걸음 소리를 줄이러 고양이 걸음으로 뛰면서 무슨 소리라도 나는가? 귀를 쫑긋하며 달렸다. 그래 아무 일도 없을 것이야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연호하며 달린다. 이렇게 1시간 정도를 달리니 6시 55분에 뒤에서 매니저님이 나를 픽업하기 위하여 출현하신다. ㅎㅎ 관세음보살님을 만난 듯 반갑다....
매니저님이 걱정하고 혹시 내일 아침에 평시처럼 출발하는데 일출 후에 출발하라고 할까 봐 퓨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단톡방에도 나를 응원해 주신는 분들이 적정할까 봐 올리지 않았다. ㅎㅎ 퓨마에 대비한 몽둥이를 들고 찍은 종료 사진을 본 심종기 회장님의 멘트에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새로운 로키산맥의 산신령이 탄생하셨네 도사님만이 소유하는 지팡이 잘 보관하세요 ㅎㅎㅎ 수고하신 모습이 얼굴에 역력하네요…….”
차를 타고 이글네스트의 숙소인 Laguna Vista Lodge로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이 퓨마가 나를 공격하려 했던 것이 아니고 나를 마중 나왔던 것이었다.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 달리기 연습 중에, 또는 진오스님과 같이 보은 청주 대전 옥천의 사찰을 순례하면서 법주사를 비롯하여 여러 절의 산신각에서 산신령님께 지극정성으로 기원하였다. “산신령님!!! 이 진장환이가 로키산맥을 넘어 미국을 횡단할 때 아무 사고 없이 NY의 UN 본부에 골인 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라고 미국 로키산의 산신령님께 핸드폰 때려서 단단히 일러주세요”라고. 한국의 산신령님은 호랑이를 타고 다니시며 호랑이가 신령님의 심부름 등 시중을 들지만, 미국에는 호랑이가 없으니 미국 산신령님들은 퓨마를 타고 다니신다. 한국산신령님의 핸드폰 연락을 받고 로키 산신령님이 퓨마를 보내어 내가 잘 오고 있는지 확인하신 것이다. 로키 산신령님의 가피로 내일 아침에 출발해서도 아무런 일없이 무사히 로키산맥을 벗어날 것이다.